* 스즈메의 문단속 스포일러가 함유되어 있습니다.

 

 

 

 

 

 

 

 














보고 나니까 두통이 왔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일본 내수용 애니메이션입니다.
극장에 볼 게 많았으면, 이렇게까지 흥행 못했을 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요.
필요한 기반 지식(일본 토속 신앙), 상처(국가적 재난으로 사람을 잃은 슬픈 기억) 등
요구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은 데 비해 작품에서 설명하고 보여주는 것들은 한없이 적어요.



특히나 다이진이 등장할 때마다 개연성이 박살나는 느낌이 강하게 오는데,
다이진이라는 신인지 축생인지에 대한 기본 정보가 우리에겐 부족한 수준을 넘어서 없기 때문입니다.
작중에서도 와 다이진이다! 이러는데, 우린


그다누?

 

니까요.


그러다보니 다이진의 모든 행동, 대사에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문 열린데를 알려준 거라면서 왜 문을 닫는 데에는 비호의적이었는가?

요석 역할을 넘겼다면 왜 문을 열린 데를 알려주는 것인가?

등등
차라리 다이진의 대사가 아예 없었더라면 신비로움이 강화되었을진데, 무슨 잼민이 목소리를 입혀놔갔고
짜증만 나더랩니다.



해석을 찾아보고 작품의 깊이를 이해하게 되는 즐거움은 어느 영화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석을 봐야만 개연성이 그나마 생긴다는 건, 솔직히 영화를 꼼꼼하게 만든 거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아니, 흰 다이진이랑 검은 다이진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 모르시나요?"

당연히 모르죠. 제가 무슨 명예 일본인이라도 되는 줄 아십니까.

 

다이진 자체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이번 작품을 만들 때

지브리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후반부 다이진의 거다이맥스가 특히, 유독 지브리의 느낌이 강하게 나타나죠.

하지만 영화 전체가 지브리랑은 거리가 멀었기에, 해당 장면의 이질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고양이가 갑자기 커지거나 사람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올라도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는 인물의 행동이나 표정이 과장되게 표현되기에

(놀랐을 때 입이 엄청 커지고, 넘어질 때 개구리 뛰는 포즈로 뒤로 넘어간다든지)

동화적 요소가 무리 없이 녹아들죠.

 

하지만 스즈메의 문단속은 인물의 행동이 사실적입니다.

감독의 의도(재난 피해자에 대한 위로)를 생각하면 최대한 현실의 우리의 모습과 닮도록,

현실과 유사하게 행동하도록 만들어졌죠.

그렇기에 감독이 집어넣은 지브리적 요소와 서로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합니다.






'사랑' 자체에 대해선 딱히 불만은 없습니다. 첫눈에 반할 수 있죠.
그런데 사랑으로 비롯되는 행동은 의문스럽습니다.
"OO가 없는 세상은 싫어요!"라는 대사가 나오자마자 저는 이 작품에 대한 희망을 놓았습니다.

주인공이 사랑에 빠질 시간은 충분하지만,
관객이 그 사랑을 이해할 시간은 너무나 부족했습니다.
왜냐하면 작품 내에서 시간을 꽤 많이 스킵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인간상태로 만난 시간보다 의자상태로 만난 시간이 훨씬 길다보니
주인공의 사랑, 을 넘어선 집착을 납득하기가 어려웠어요.

솔직히 이건 대사를 잘못 썼다고 생각합니다. 저기에선 다른 대사를 썼어야 했어요.
그냥 OO를 잃기 싫다고만 간단히 말했어도 됐을텐데
괜히 감정을 과잉시켜서 거부감을 늘려놨어요.

 

너의 이름은. 이후로 신카이 마코토 작품에선 전반적으로 감정이 과잉되기 시작했습니다.

언어의 정원 같은 경우엔 차분하게 진행되다가도

클라이맥스에서 그 감정을 터뜨려서 굉장히 인상적이었건만,

 

스즈메의 문단속의 경우엔 하도 터지기만 하다보니 감정의 홍수에 지쳐버리고만 맙니다.






또한 작품 전체가 메시지에 매몰된 느낌이 강합니다.


메시지는 너의 이름은. 때부터 은근히 들어가 있었지만,
그래도 그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잖아요.
"만약 그때, 우리가 막을 수 있었을 사건을 막았더라면"
그런 아픔이 우리에게도 있었고(예를 들면 세월호라든가.)
또한 메시지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극중 분위기가 반전되는 등
작품 내외적으로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다만 스즈메의 문단속은,
작품 내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그 메시지를 강조하려고 죽여버린 부분이 너무나 많아요.

문 한번 닫을 때마다 재난이 오기 전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가 나오는 게 특히,
이건 좀 과하지 않은가 싶을 정도로 머리 열고 강제로 감독의 의도를 주입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에요.

또 소중한 사람을 잃는 아픔을 강조하기 위해서 주인공이 만나는 사람들을 전부 착하게 만들어놨습니다.
스즈메야 잘못되면 그 사람들 다 죽는 거야 알지? 이러면서 협박하려고요.
이모가 고백하는 장면도 사실 신이 개입해서 그런 거지 원래 상태라면 안했을 말이기도 했고.
심지어 다이진마저도 마지막에 세탁기를 돌렸고요.

오직 주인공을 위해서 모든 것들이 움직이는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모든 영화는 연극이지만, 무대 장치가 보이기 시작하면 몰입도가 깨져버리게 되죠.





음악은 괜찮았습니다.
너의 이름은.은 그냥 107분짜리 래드윔프스 뮤직비디오였는데,
적어도 스즈메는 다양한 음악가를 채용했다는 점에서 너의 이름은. 보다는 나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습니다.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왔는데 비가 오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언어의 정원을 봤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10점 만점에 2점 드리겠습니다.

 

반응형
Posted by 투핸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