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는 의도한 거라 카더라





























「너의 이름은.」을 봤을 때 당신에게 생기는 일







1. 막상 보고 나면 "음...나쁘진 않네."라는 생각이 들어요.











2. 어쩌면 기대에는 못미쳤다는 생각이 들지도 몰라요.

"나쁘진 않은데 평점이 이렇게까지 높을 이유가 있을까?"


그래도 영화관에서 혼모노를 만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요.











3. 근데 집으로 와서 밥 좀 먹고 똥 좀 싸고 게임 좀 하다보면 뭔가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4. 그래서 나무위키랑 루리웹이랑 디시 느갤에 들락날락 거리게 돼요.










5. 유튜브에서 래드웜프스가 부른 ost를 들어요.









6. ost를 구입해요.











7. 미츠하 테마곡 듣고 현자타임이 와요.








8. 2회차 가요.







9. 그리고 n회차를 가요.


10. 그리고 소설이랑 굿즈를 구입해요.























그리고 전 방금 8번을 겪었어요.





























때는 바야흐로 폭풍과도 같았던 병신년의 끝을 보낸지 채 한달도 되지 않은

연애하기 딱 좋은 새해의 첫 달.


연애하기 좋은 달이 언제부터 1월이었냐고요?

사실 연애하기 좋은 기간이 굳이 정해져있겠습니까

전 모쏠인데 커플들은 항상 행복해보이더라고요 ㅎㅎ 씨ㅂ


영화계에는 1월의 스타트를 강렬하게 시작한 멜로물이 있었으니,

그 이름하야 유어 네임 이스.


'믿고보는 신카이 마코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카이 마코토의 아성은 덕후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리고 그 아성을 짓는 데엔 초속5센치가 부숴놓은 관객의 멘탈가루가 아주 큰 역할을 했죠.

가루가 얼마나 고운지 촉감이 마치 바닷가 모래를 만지는 것 같아요.



그간 지브리와 디즈니가 일궈놓은,

영화관-애니메이션 텃밭을 정복하기 위해 떡 하니 나타난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도전자의 모습은

비단 덕후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흥미를 돋우기엔 충분했습니다.


루리웹에서는 일본 흥행 소식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개봉하기 전부터 관람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개봉하자 트위터에서 오르내리며 (불법 복제도 오르내렸지요)

관객 뿐만 아니라 까탈스런(혹은 지랄맞은) 평론가들에게서도 호응을 이끌어 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퍼-리...아니,

동-물이 아니라 휴-먼이 주인공이며

풋풋한 남학생&여학생이 꽁냥꽁냥 알콩달콩 퍽퍽헉헉하는,

그리고 시크릿가든을 끼얹은

어찌보면 뻔한 로맨스일 수도 있는 2D 애니메이션의 폭발적인 흥행은

그야말로 센세이션 수준이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주장해봅니다.































이 밑으로 해당 영화의 스포일러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무위키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의해주세요.

































신카이 마코토의 색이 뚜렷한 애니메이션임과 동시에 전형적인 일본 아니메의 특징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영화 도입부에 RADWIMPS의 노래와 함께 시작되는 오프닝이 바로 그것이죠.

난 분명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러 왔는데 왠 TV판 아니메 오프닝이 흘러나오니 살짝 당황스러웠습니다.

동시에 "음, 내가 일본 아니메를 보러 온 것은 확실하군"이란 확신 또한 심어주었지만요.


신카이 마코토 작품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작화

음악


신카이 마코토가 상업성에 물들어서 초심을 잃었네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들 들려오는데,

글쎄요, 전 오히려 신카이 마코토의 특징을 확실하게 보여준 영화라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배경작화와 혜성은 마치 아리따운 여인네의 배드신을 보는 것 마냥

침이 줄줄 흘러서 팝콘이 눅눅해질 정도로 아름다웠으며

신카이 마코토 본인이 언급했던 것처럼, RADWIMPS의 노래는 영화에 참으로 잘 어울렸습니다.


피아노 곡도 쩔었어요.

미츠하의 테마를 들으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지는군요. 으헝헝



다만 때때로 "내가 지금 RADWIMPS 뮤직비디오를 보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음악이 부가 아니라 주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음악이 이야기의 진행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음악에 끌려가는 느낌이요.


모든 노래의 가사를 자막으로 보여줘서 그런 느낌이 더욱 부곽되었어요.

(게다가 오프닝 형식의 영상이 도입부 뿐만 아니라 중간에도 한번 더 있기도 했고요.

'꿈의 등불'과 '전전전세'가 나올 때 말이죠.)

사실 이러한 부분은 자막 제작에 있어서 일종의 딜레마와 같은 문제라

무턱대고 자막 제작자 분을 비난할 순 없습니다.

그 분도 나름대로 관객을 배려해서 결정한 선택일테니까요.

그저 살짝 아쉽다고만 말하고 싶네요.


요컨대

좋게 말하면, 「너의 이름은.」은 작화뿐만 아니라 음악도 좋은 애니메이션이고,

나쁘게 말하면, 106분짜리 뮤직비디오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 영화를 두 번 이상 본 사람들이 많습니다.

n회차 인증글이 지금도 계속 올라오고 있고요.


영화가 남긴 여운이 크기도 하겠지만,

이 영화, 복선을 관객이 쉽게 눈치채지 못하게 정말 잘 던져놨어요.


지나가듯이 내뱉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복선이고,

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 배경 하나하나가 복선이며,

심지어는 입고있던 옷까지도 복선이었어요! 이런 씨발 세상에!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충격적인 반전에

"이런 미친 씨벌 존나 뜬금없네"하고 놀람과 동시에

지나간 장면을 차근차근 곱씹어보면

"이런 미친 씨벌 그게 복선이었네."하고 부랄을 탁 치게 되더군요.


어디에 숨겨진 의미가 있고, 어디에 암시가 있었는지 찾아내기 위한 관객,

그리고 그러한 관객의 호기심을 이렇게까지 자극할 수 있는 영화가 얼마나 될까요?




























네, 사실 많죠...

















애니웨이,

이 영화는 차근차근 씹어볼 때마다

다소 억지스럽거나 유치하게 느껴졌던 장면이 알고보면 우리가 놓친 어느 부분에서 암시되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단물이 존나 안빠지는 껌같은 영화에요.


심지어 단물이 딸기맛이야. 캬



ㅈ같은 무스비는 넘어가자고요.






일본에서는 작년 8월에 개봉해서 그런지 19금 동인지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순수해서...



...가슴만지는 게 뭐가 순수하냐고요? 아니야 순수해. 영화 함 봐바라.



「너의 이름은.」을 보고나면 이를 소재로 한 순애물 떡인지는 마치 결말 이후의 후일담처럼 보이게 되어

망가임에도 불구하고 아래의 하얀 게 아닌 위에서의 투명한 액체를 뽑아내는 기묘한 물건이 되어버릴 겁니다. 


만약 「너의 이름은.」을 소재로 한 ntr이나 능욕물이 나오게 된다면

그걸 그린놈이나 보는놈은 사람새끼가 아닐 겁니다.






「너의 이름은.」은 좋은 영화입니다.

지루하지 않았냐고요?

시크릿 가든에 시달소랑 아포칼립스를 섞었는데 그게 어떻게 지루할 수 있겠습니까.



신카이 마코토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아...이 양반이 또..."라고 ㅂㄷㅂㄷ하게 만들 장면이 있어요.

이를테면 펜이 떨어진다든지 펜이 떨어진다든지 펜이 떨어진다든지...

씨발... 툭 소리날때 극장 안은 탄식으로 가득 찼습니다.


좋게 말하면 밀고 당기는 실력이 탁월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팬들을 엿먹이는 거고.


그래도 난 이 영화가 마음에 드니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겠어.






다만 세세한 부분을 따져보니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오릅디다.

무스비 만능주의나,

갑자기 등장하는 집안 내력이나,

혹은 소설을 읽지 않는 이상 절대 알 수 없는 설정이나,

그리고 미인주 드링킹을 통한 체인지...


영화를 보면서 느껴졌던 약간의 억지스러움과 유치함은 모두 판타지 요소에서 비롯됐습니다.

뭐랄까, 이야기 진행에 있어서는 필요해 보이긴 한데 썩 매끄럽진 못해요.

판타지 요소가 섞인 감성적인 멜로인데 그 판타지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요.


다만 어디까지나 이 영화의 장르는 로맨스이고, 주인공 두 사람의 감정이 주를 이루는 영화니,

논리성과 객관성은 잠깐만 내려놓는 것이 이 영화를 관람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겁니다.


이 영화의 호불호는 작품 내의 감성 라인에 탑승하느냐, 탑승하지 않느냐에 따라 갈리겠군요.






두 번 봐라.


세 번도 괜찮다.

근데 그 이상 보면 이상한 취급을 받을 거다.








한 번만 볼 거라고?

아니, 그렇겐 안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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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투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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