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겜...
32,000원...
할인없이 사서 뼈아픔...
어 햇 인 타임의 스토리는 간단합니다.
누가 우주선을 파손시키는 바람에
우주선의 동력원인 시간 조각이 근처 행성에 떨어지게 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시간 조각을 모으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시간의 힘을 노리는 빌-런도 혼내주고요.
기본적으로 점프/더블점프/벽타기/슬라이딩/공격에
각종 모자의 능력까지 합하면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의 폭은 넓습니다.
다만 고전 3D 플랫포머 게임의 그 붕-뜨는 느낌이란..
그래도 플레이하는 데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어요.
전투가 주를 이루는 게임이 아닌 만큼
전투 시스템은 다른 부분에 비하면 어설픕니다.
특히나 점프 어택은 그 비주얼이 충격적일 정도로 대충 만든 티가 납니다..
그럼에도 그 어설픔이 신경 쓰이지 않는데
고작 우산에 맞아서 홈런볼처럼 저 멀리 날아가고
머리를 밟았더니 납작하게 짜부가 되어 '푱'하고 사라지는
게임 특유의 발랄함과 아기자기함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불편하거나 거슬린다는 느낌보단 '귀엽다'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맵 곳곳에는 진행에 필요한 시간 조각과
새로운 의상을 얻을 수 있는(=룩딸) 토큰,
특정 장소를 통해 입장할 수 있는 보너스 스테이지,
새로운 모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실뭉치 등이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엔딩만 본다면야 저처럼 10시간 내외로 끝낼 수 있겠지만,
각종 숨겨진 요소를 찾는다면 플레이 타임은 배로 늘어나죠.
하지만 "아니 씨발 이걸 어떻게 찾아?"라는 말은 안 나와도 될 정도로 찾기는 쉽습니다.
그 요소들은 몸에서 빛을 뿜어대는 자기주장이 강한 녀석들인지라 무시할래야 무시할 수가 없거든요.
어 햇 인 타임은 해당 챕터에만 플레이를 국한시키지 않습니다.
맨 처음 챕터에서 갈 수 없었던 장소에 놓여진 아이템을 먹기 위해서는
다른 스테이지에서 새로운 능력을 얻고, 다시 처음 챕터로 돌아가야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처음에 파란 발판이 나오는데 해볼 수 있는 행동을 다 해봐도 작동이 되질 않아요.
포기하고 다른 챕터로 갔는데, 파란색 능력이 생겼네요?
아! 그럼 이 능력으로 거기에서 파란 발판을 작동시키면 되겠구나!
플레이어가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는 기가 막히게 짜놨습니다.
상인은 뱃지(=패시브 능력)을 판매합니다.
하지만 파는 물품이 적어요.
초반이야 이것저것 사느라 보석이 부족한 게 당연하지만,
후반부엔 보석이 세 자릿수가 될 때까지 입고되는 물품이 없다뇨..
차라리 의장용 아이템이라도 팔아주면 좋을텐데
인게임 연출이나 로딩 일러스트에선 커여움이 흐르다 못해 폭포처럼 와르르 쏟아져내립니다.
허억 내 심장
아니 근데 난 이게 세이브 타이틀 이미지 만드는 건지 몰랐다고요.
제작진의, 다양한 컨셉을 시도하고 싶다는 열망이 느껴진 챕터2의 잠입 파트.
시도는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없고 심심했습니다.
"자유롭게 탐험하는 재미"면에서는 당연히 박한 평가를 줄 수밖에 없는게
넓지도, 좁지도 않은 맵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는 챕터1 바로 다음에 오는 게
제한된 구역에서 제한된 행동을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해야하는 잠입 임무입니다.
이질적인 게 문제가 아니고 답답해요.
챕터3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넓은 맵에서 이단 점프든 슬라이딩이든 맘놓고 할 수 있고,
챕터4는 아예 거대한 맵 한복판에 떨어뜨려놓고 "알아서 해"라고 말하는 식이라
이런 답답함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죠.
의외로 보스전은 난이도가 꽤 됩니다.
보스 브금 좀 들어보세요. 듣기만 해도 유다희양이 안부를 묻는 것 같군요.
붕 뜨는 조작감이 곁들여져니 2, 3번은 죽어야 패턴이 파악되더군요.
그래도 입에서 ㅆ언어가 나올 정도로 어렵지 않고
죽을 때마다 '한 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적당한 난이도였습니다.
이 게임의 스토리텔링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윤곽선이 되게 분명하고 두꺼워요.
그런데 너무 두꺼워서 윤곽선 안쪽은 잘 안보여요.
모자걸은 대체 정체가 뭘까?
왜 시간 조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특별한 능력을 부여하는 모자의 정체와 출처는?
염소들을 흉폭하게 만든 그 꽃은 대체 뭐지?
최종보스는 시간 조각으로 무슨 짓을 벌였길래 세계가 그 모양이 된 거야?
게임은 그 모든 의문에 대해 함구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 의문에 얽매이지 않고 프롬뇌를 가동시키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까닭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시간 조각을 모으고
나쁜 놈들을 혼내주고
착한 애들을 구해줘야 한다는
분명한 목적이 우리에게 주어졌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거치는 과정이 너무나 재밌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 게임이 이런저런 이유를 내버려두고
'재밌다'
라는 감상만으로 충분히 표현되는 것처럼 말이죠.